기독교 신앙의 자유 허용 과정에 대한 자료
2003-10-02 12:39:36 read : 14057
김승태
조선이 개항하기 직전에 있었던 2대 양요(洋擾)는 모두 기독교와 관련이 있었다. 1866년의 병인양요는 천주교 신부를 살해한 것을 빌미로 프랑스 함대가 내침하여 발생한 것이었고, 1871년의 신미양요는 제네럴셔먼호 사건을 빌미로 미국 함대가 침략하여 발생했던 것이다. 조선 정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곳곳에 척화비까지 세우고 쇄국정책을 고수하였다. 이 척화비에는 "서양 오랑캐들이 침범하는데 싸우지 않으면 화친하는 것이요, 화친을 주장하는 것은 나라를 팔아먹는 것이다. 우리 만대 자손들에게 경계하노라. 병인년에 짓고 신미년에 세우다."(洋夷侵犯 非戰則和 主和 賣國 戒我萬年子孫 丙寅作 辛未立)라고 새겨져 있었다. 이 비는 1882년 임오군란 후에야 일본공사의 요구로 철거되었다. 물론 이 비에는 기독교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이른바 서양 오랑캐(洋夷)로 인식한 서구의 제국들이 대부분 기독교 국가였으므로 그 속에 기독교 배척 정신이 들어 있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 후 국론이 개항으로 기울면서도 조정에서 가장 경계하였던 것이 기독교였다. 1876년 한일간에 수호조약을 체결할 때도 일본은 기독교국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 정부는 기독교 문제를 제기 하여 거론하였다. 조선 정부는 기독교 금지 문제를 포함한 6개조항을 조약에 포함해 주도록 요구했는데 이 조항 가운데 미곡수출금지 조항도 들어있어 일본에게 불리했기 때문에 일본측의 반대로 결국 조약 조항에는 포함시키지 못하고 각서로 교환키로 하였다. 이 조항 중에서 기독교와 관련된 제5조는 "아편은 나라 사람들이 피우지 않는 것이요, 서교(西敎)는 국법으로 엄히 금하는 바이다. 그 아편이나 그 책(서교의 책)을 혹시 가지고 올 것 같으면 화친이 오래 지속될 길이 전혀 없으니 모름직이 명백히 약조를 세운다."(鴉烟 國人之所不吸也 西敎 國法之所嚴禁也 其烟其書 如或帶來 則和好萬好萬無永久之道 須明白立約) 당시 청나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던 아편과 서교 즉 기독교를 엄히 금지하고 이것을 조약에 분명히 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그 후 조선의 수신사 조병호가 1881년 10월 일본과 통상장정 협상을 할 때도 이 장정 가운데 "아편연(阿片烟)과 서교(西敎) 서적은 조선이 엄금하는 물건이다. 만약 가지고 오는 자는 조사 색출하여 가지고 있는 아편연과 서교 서적은 즉시 불태우고 그 물건의 주인을 벌주되 아편연 매 한근과 서교 서적 매 한책마다 각각 은 30원의 벌금을 내게 한다."는 조항이 들어있었다. 1883년 7월 이 장정이 최종적으로 타결될 때는 기독교 서적 금지에 대한 내용은 삭제되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기독교를 인정한 것은 아니었다.
기독교에 대한 문제는 1882년 한미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할 때도 논의되었다. 즉 이동인이 작성한 이 조약의 조선측 초안에는 그 제10조에 "교당을 세우지 못한다."(不立敎堂)라는 내용이 있었고, 이 회담을 맡았던 조선측 대표 김윤식도 기독교 포교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반대 입장에 있었다. 그러나 기독교 금지 문제를 조약상에 요구한다면 회담이 결렬될 것을 우려하여 기독교에 대한 조항 자체를 삭제하였다. 신교의 자유에 대한 언급이 조약문에 최초로 삽입된 것은 1883년 11월에 조인된 한독수호통상조약에서였다. 즉 이 조약의 제4조 2항에 "상기 지정한 장소(개항장인 제물포 원산 부산 서울)에서 독일국 신민은 토지나 가옥을 임차하고 구매하며 또한 주택, 창고 및 공장을 건립할 권리를 가진다. 그들은 그들의 종교를 자유롭게 향유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상대국 국민인 독일인들이 그들의 종교를 자유롭게 믿을 수 있다는 것이지 조선인의 신앙 자유를 인정한다든가 외국인의 포교 자유를 인정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직접적인 기독교 신앙의 자유과 관련된 일은 아니지만, 1884년 6월 일본에서 활약하던 감리교 목사 메클레이가 내한하여 개화파의 거두 김옥균을 통해서 고종을 알현하고 학교와 병원 즉 교육과 의료 분야에서의 활동해도 좋다는 윤허를 얻어낸 것은 하나의 커다란 성과였다. 이는 선교 전략상 포교의 방편으로서 먼저 교육과 의료 분야에 진출하여 조선인의 신뢰를 쌓은 후 선교하려는 선교부의 입장과 이 분야에서 외국인을 끌어들여 활동하게 함으로써 서양의 개화된 문물을 직접 받아들이려는 개화파의 의지가 만나 이루어 진 것이었다. 메클레이는 그 후 이 당시를 회고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김옥균은 매우 정중하게 맞아들였으며, 곧 이어서 국왕이 지난 밤에 나의 편지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나의 요구와 일치되게 우리 션교부로 하여금 한국에서 병원과 학교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재가하였다고 전해 주었다. 그는 '세부사항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그대는 곧 그 사업을 우선적으로 진행시켜도 좋습니다.'라고 하면서 계속했다. 우리들의 호소에 대한 국왕의 호의적인 반응이 매우 재빠르고 훌륭했으므로 나는 그 허락이 마치 하나님께로부터 온 것이라고 새겨보지 않을 수없었다. 나는 김옥균에게 나를 위해서 이룩해 준 그의 훌륭한 업무수행에 충심으로부터의 감사를 드린 후 복잡한 거리로 나와 거닐면서 자신에게 나는 허락을 얻었다고 몇번이나 되풀이했다."(Robert S. Maclay, "Korea's Permit to Christianity," Missionary Review of the World, 1896. 4.)
그러나 이러한 윤허도 그해 12월 김옥균 일파가 갑신정변을 일으켰다가 실패함으로써 그 실행이 상당히 지연될 수 밖에 없었다. 다만 이 정변시 알렌이 민영익을 치료하여 조선 정부의 신임을 얻게 된 것은 하나의 섭리적인 성과였다고 할 수 있다.
기독교 신앙의 자유가 외국과의 조약체결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었던 것은 1886년 프랑스와의 회담에서였다.
1884년 9월 우리나라 최초의 의료 선교사로 내한하였던 알렌은 1866년 5월 7일 (금요일)자 일기에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프랑스 전권 특사 코고르당(F. G. Cogordan, 戈可當)이 오늘 내한했다. 코고르당 특사의 부인이 알렌 부인의 말 안장을 타고 왔다. 프랑스 측은 조선정부가 신교(信敎)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한 조선측과 입약교섭(立約交涉)을 벌이지 않겠다고 했다."
뮤텔 주교의 문서에서 당시 어떤 외국 기자가 정리한 바에 의하면 1886년 5월 프랑스 전권 특사 코고르당(Cogordan)은 다음과 같은 이른바 [그리스도교 조항]을 요구했다고 한다.
"1. 한국인은 가톨릭교를 믿을 자유가 있다. 아무도 이 자유를 방해하거나 강요할 수 없다.
2. 가톨릭교를 자유로 받아들인 한국인은 누구나 그의 동국인과 같이 한국의 법률 앞에 동등하다. 즉 동일한 특권과 명예와 품위를 향유하며 동일한 책임을 진다.
3. 그러나 양심의 자유에 대한 존경에서 그리스도교도들을 미신이나 이에 수반되는 부과금에 예속시킬 수 없다.
4. 그리스도교도들은 인구에 비례하여 전국에 교회, 학교, 병원, 묘지 등을 건립할 권리가 있다.
5. 이 건립의 책임을 지는 선교사들은 이에 필요한 대지를 매입하고 소유할 수 있다.
6. 선교사들은 전국 각지를 자유로이 여행하고 정착할 수 있으며 한국 복장을 착용할 수 있다.
7. 신도나 선교사에게 분명히 소속되는 모든 것은 곧 환원될 것이다.
8. 수도에서 교회, 병원, 학교를 건립할 특별허가가 선교사들에게 부여될 것이고 또한 그들을 위한 묘지가 성외에 마련될 것이다.
9. 신도 및 선교사들에게 준 모든 종류의 손해를 보상하기 위하여 조선정부는 천주교회에 1백만 프랑의 보상금을 지불한다.
10. 프랑스 선교사들이 살해된 곳에 조선정부는 자신의 비용으로 속죄적 기념물을 건립할 것이다.
11. 이 모든 규정은 공포되고 또한 전국 여러 도시에 게시되어야 한다."(Mutel 문서 1886-24, 1886년 6월 5일자 서한, 최석우 논문에서 거듭 인용)
이 자료가 어느 정도 정확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만약 이 조항대로라면 완전한 기독교 신앙의 자유와 종래 천주교 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조선 정부는 이에 강력하게 반대하여 회담이 여러차례 결렬될 뻔하기도 하였다. 조선 정부에서는 알렌에게 사람을 보내어 프랑스의 이러한 요구에 대해서 조선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할지 자문을 구하기도 하였다. 그는 1886년 5월 9(일요일)일자 일기에서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오늘 아침에 국왕의 통역관(通詞)이 와서 국왕의 물음이라 전제하면서 내가 알고 있는 몇 가지 질문을 했다. 국왕의 질문 사항이란 다름아니라 프랑스인이 그들이 주장하고 있는 신교의 자유 칙허를 받아서 이곳에 천주교 선교본부를 설립하는 문제였다. 이같은 문제를 다루는 것은 나의 본분이라 생각하고 드디어 중국 일본 멕시코 스페인 등지에서의 가톨릭교 포교사업을 설명한 후 나는 우리 미국 국민은 독립정신이 강한 국민이며, 그래서 우리의 호의와 친절을 무시하는 그 어떤 것도 이를 냉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가톨릭교신자였다면 우리의 대통령은 교황의 은총 을 받게 될 것이다. 이는 우리가 허용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가톨릭교를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우리는 우주의 창조자 이외의 그 어떤 우상이나 인물을 승배하는 것을 반대한다. 가령 가톨릭교에서는 여자이며 그리스도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를 경배해고 기도하고 있다.
둘째, 우리는 하나님 이외의 어느 누구도 죄를 사(赦)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가톨릭교에서는 죄를 사할수 있는 힘을 신부들에게 부여함으로써 신부를 부패 타락하게 했다. 모든 가톨릭교 신자들은 신부들에게 개인의 생각을 고백해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 신부들은 모든 다른 남자와 마간가지로 똑같은 기관과 감정을 가지고 있다. 더군다나 그들은 내시(內侍)가 아니다. 그러므로 부인네들이 그들이 가지고 있는 내인적 고민이나 죄과를 이같은 독신남자에게 은밀히 고백한다는 것은 안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위험하다고 확신한다. 이 문제를 두고 나는 통사와 격론을 벌였고, 따라서 통사와 나눈 대화는 틀림 없이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김원모, {알렌의 일기}, 504-506쪽)
알렌은 결국 프랑스의 요구를 거절하도록 권고하였던 것이다. 당시에 가톨릭과 개신교는 상당히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이점에서는 알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알렌의 권고는 기독교측으로서는 결코 현명한 권고가 될 수 없었다. 당시 조약들은 모두 불평등조약으로 최혜국 조관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사실상 프랑스와의 조약에 신교의 자유가 규정된다면 가톨릭과 프랑스 선교사는 물론 다른 입약국들과 개신교 선교사들도 조선인을 대상으로 한 포교의 자유를 획득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알렌의 가톨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신교 자유의 칙허" 조항을 조선 정부가 거부하도록 권고하였던 것이다. 알렌의 선교에 대한 공과(功過)는 여기서도 발견된다.
물론 당시 가톨릭계의 개신교계에 대한 적대감도 그에 못지 않았다. 이점은 다음과 같은 프랑스 외방전교회의 1886년도 연례 보고서도 확인된다.
"우리가 위협받고 있는 또 다른 곤경은 프로테스탄트 목사들의 내한입니다. 이미 10명 이상의 목사들과 2-3명의 여선교사들이 들어와 있습니다. 현재 그들은 말 공부에 전념하고 있으며, 목사라는 신분도 감추고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아직 미국 영사가 없는 틈을 이용하여 정착하려고 온 미국인들입니다. 오류를 설교하는 이 신교 목사들은 활보하고 다디고 있는데, 반면 진리와 참된 자유의 설교자인 우리들은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처럼 숨어서 돌아다닐 수밖에 없는, 말하자면 손과 발이 묶여 있는 신세입니다."(프랑스 외방전교회 연례보고서, 1886, 44-45쪽)
"이 일이 있기 바로 전에 언더우드 씨와 아펜젤러 씨는 북쪽지방으로 긴 순회 설교를 떠났는데, 그 여행은 언더우드 씨에겐 두번째였다. 그들이 자리에 없는 동안 가톨릭 교도에 대한 조선 임금과 내각의 분노가 극도에 이르러서 마침내 각 도시 안에서 더 외국 종교를 전파하지 못 하도록 하는 법령이 반포되었다. 우리는 시골에는 갈 수가 없었다(오늘날에도 특별 통행권이 없이는 마찬가지다.) 그 전에 이미 중국에서 그와 비슷한 곤경을 치르고도 거기서 아무 교훈도 얻어내지 못한 가톨릭은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언제나 중심지의 높은 장소를 좋아하는 습성에 따라 그 도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땅을 장차 자기들의 성당을 지을 부지로 삼겠다고 했다. 그 땅은 궁궐이 내려다보이는 곳으로서 옛 임금들의 위패를 모신 사당과 아주 가까운 곳이었다. 조선인 중개업자의 중개로 이 땅은 임금도 모르는 사이에 가톨릭 소유가 되었다. 그 중개업자는 신부들과 프랑스 공사관 양쪽에다 다른 땅을 골라보라고 설득을 하는 따위의 온갖 애를 다 썼으나 그들은 끝까지 고집을 피우면서 양보하지를 않았고 마침내 자기들의 교회를 짓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 앞서 말한 범령이 뒤따랐고 미국 공사는 그 법령에 따라 할 수 없이 돌아온 우리들에게 선교 사업을 철회하는 게 좋겠다고 충고를, 아니 명령을 했다. 이땅에 복음을 전하려는 너무 성급한 시도가 이 기분 나쁜 법령이 있게 된 까닭의 한 부분은 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법령은 적어도 얼마 동안은 우리의 일을 끝장내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 밝혀졌다. 곧 언더우드 씨가 조선의 지체 높은 양반들과 각료들로 구성된 위원회로부터 넉넉한 봉급을 줄테니 정부가 설립한 학교를 맡아 달라는 제의를 받았고 학생들에게 기독교를 가쳐도 좋다는 허락을 간신히 얻어냈다. 틀립없이 불쾌감과 의심만을 살 것이라고 한 외국인들의 장담과는 달리 조선 정부의 엄청난 자신감을 보여 주었던 이 제의는 우리의 전도 사업에 대한 조선인들의 감정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 제의를 깊이 고려해 보았으나 마침내 다른 일에 지장이 있다는 이유로, 그리고 그밖의 다른 중요한 이유들로 거절하고 말았다.
우리들에게는 그 금령과 관련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일이 남아 있었다. 우리들 증 몇몇은, 거의 다였는데, 그것은 지상의 법률이므로 기독교의 율법을 지키는 사람일지라도 거기에 복종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 곧 학교에서 아침 기도를 올리는 것조차 증단해야 하고 조선사람들과 예배를 보아서도 안되며 하나님께서 임금의 마음을 바꾸어 그 법령을 폐지하게 할 때까지 기다리고, 기도하는 것밖에는 아무 도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하면 우리는 조신 정부의 호의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나 그 반대로 도전을 한다거나 복종을 하지 않거나 하면 마침내 선교사업 전체가 이 나라에서 내쫓기고 말 것이라고 그들은 믿었다.
그러나 몇몇 사람들 곧 아펜젤러씨와 지금은 주님 곁에 간 그의 부인과 언더우드 씨와 나는 그 법령이 우리들이나 우리의 일을 겨냥한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 또 비록 그렇다 해도 우리는 조선 임금의 명령보다는 더 높은 곳의 명령을 받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주장했다. 우리의 의무는 오직 사도에게 설교를 금지한 통치자에게 하나님께서 베드로의 입을 통해 사도행전 4장 19절에서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보다, 당신들의 말을 듣는 것이 하나님 보시기에 옳은 일이겠는지 한번 판단해 보시오'라고 말씀하신 권능에 의지하여 전도하고 그 결과를 달게 받는 것일 수밖에 없었다. 다른 이들은 전도 사업을 중단했다. 유감스러운 일이긴 하나 자기의 양심에 따라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믿는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우리 몇 사람은 작은 집에 모여 멀리에서도 들을 수 있는 소리로 찬송가를 부르며 공공연히 설교와 교육을 계속했다. 어떤 식으로거나 우리의 행동을 감추려는 짓은 결코 하지 않았다. 예배에 참석하는 기독교인들과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아무 탈 없이 오갔다. 그때부터 기독교는 크게 자랐고 이제는 어떤 한 지방의 정치적인 문제를 넘어선 문제로 인정을 받았다. 이제 어떤 식으로든지 우리의 일을 위장하거나 감추거나 하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그 법령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폐지되지 않았다.' 이것이야말로 그대로 동양적인 전통에 맞는 일이다. 그 법령은 이미 사문화되고 쓸모없이 되었어도 절대로 쉽사리 폐지하는 법이 없다."(L. H. Underwood, Fifteen Years among the Top-knots)
올해(1888년) 봄에 장로교 선교부의 언더우드 목사와 함께 나는(아펜젤러) 한국 북부 지방의 전도사업을 시찰하기 위해 출발했다. 의약품, 책(쪽복음), 소책자들이 팔렸다. 사람들은 서로 의약품을 사려고 안달이었고, 책과 소책자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았다. 여러 곳에서 기독교에 대해서 묻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에게는 책을 주었다. 우리는 가는 곳마다 따뜻한 영접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2주일 가량 여행했을 때 서울 주재 미국 공사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그는 우리가 서울을 떠난 후에 "대군주 전하의 명령이라 하여 한국 외부로부터 공한을 받았는데 그 내용은 국내에 거주하는 미국인 중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그리스도교의 교리를 전파하고 있음을 한국 정부에서 알고 있다는 것, 이 사실을 정부 당국에서는 부당하게 여긴다는 것, 조약상 공인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행동의 중지를 요구한다는 것 등이다. 여기에 대해 협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므로 미국 공사로서 나는(딘스모어, 丹時謨) 당신들이 한국인들에게 그리스도교를 전파하고 종교의식과 규례를 집행하는 것을 중지해 줄 것을 요청하는 바이다."라고 말했다.
이것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해는 아니었다. 미국과 한국과의 조약은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우리는 한국 정부의 반대에 맞서서 전도사업을 계속해야 할지 분명하지 않았으므로 서울로 돌아왔다. 우리가 즉각적으로 순종하자 정부에서 매우 좋은 영향을 받았다는 말을 한 고관으로부터 들었다."(감리교 연례보고서, 1888)
[예수교 전도 금지의 건]
발신: 독판 교섭통상사무 조병식
수신: 미 공사 단시모(丹時謨) 고종 25년 3월 12일, 서기 1888년 4월 22일
대조선 교섭통상사무아문 독판 조(병식)이 조회하는 일이라. 본 정부는 예수학 포교인 또는 전도인이 경성에서 서로 잇달아 그 괴이한 교가(敎家)의 도(道)를 대군주 폐하의 신민(臣民)에게 가르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 저 예수의 도와 어떤 종류의 학당이든지 조약의 항목에는 없는 것이니 그러므로 어떤 새로운 교든지 어떤 종류의 학당이든지 오직 조선국 정부의 위탁(權)이나 지령을 받은 것을 제외하고는 철저히 금(禁)하고, 경성부 안에나 조선 안에 이후에 설치하는 것을 허락지 아니하니, 청컨대 귀 공사는 미국 전도인들을 훈계하여 정부의 하고자 하는 일을 따르게 하고, 중대한 불상사가 혹 이로 인하여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다. 이에 조회하는 바이다.
우(右) 조회함.
대미(大美) 흠명주차 조선관리 본국 사의(事宜) 겸 총영사 단(시모)
무자(戊子) 3월 12일
한국 서울 미국공사관
외교문서 63호 1888년 4월 25일
조선 외무 독판 조병식 각하에게
각하:
한국에서 미국인들이 기독교를 가르치고 있다는 각하의 공문(조회)을 받았으며, 주의 깊게 그 내용들을 살펴 보았음을 삼가 알려드립니다.
당신의 공문을 받기 전에 저는 평소에 한 사람과 이야기해오면서 그들에게 국왕 폐하의 원하시는 바와 조선 제국의 관습과 법규를 공경하여 받들라고 지시해왔습니다.
저는 각하에게 저의 모든 영향력과 권위를 행사하여 미국 거류민들이 조약 하에 조선 정부의 권리를 조심해서 준수하고 그 조약의 조항에 허용된 특권과 권리들에만 제한하여 활동하도록 하겠다는 것을 확실히 약속드리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