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 이 번호에는 제너럴 셔먼호 사건에 대한 우리측 기록인 실록의 기사를 일자 순으로 발췌하여 소개하기로 한다. 이 기록에 따르면 수차 조선 관리들이 이들을 접촉하여 정세를 묻고, 정중히 되돌아가 줄 것을 요청하였으며, 그들이 요구하는 쌀 계란 소고기 채소 등 식품도 호의로 제공해 주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러한 호의를 무시하고 평양으로 항해를 계속하였으며, 급기야는 관리를 나포하고 총포를 난사하여 여러 명의 민간인 사상자를 내게 하였다. 이에 분격한 평양의 관민들이 화공으로 공격하여 배를 불태우고 뭍으로 올라 온 토마스 목사를 비롯한 선원 전원을 타살하는 불행한 일이 일어났다.
1866.7.15(음) / 8. 24(양)
황해감사 이승휘가 보고서를 올렸는데 다음과 같았다.
방금 황주목사 정대식의 보고를 받았습니다. 황주목 삼전방 밖에 있는 송산리 앞 바다에 외국배가 와서 정박하였습니다. 8일 인시에 곧 외국배가 정박하고 있는 곳까지 가서 형방 아전인 이기로와 감영 아전인 신몽신 등으로 하여금 우선 지방관이 사정을 물어보는 사유를 전하게 하였더니 와서 만나보자고 대답하였기 때문에 저 사람들의 배가 있는 가까이에 우리 배를 정박시켰습니다.
그랬더니 저희 사람들 수십 명이 각기 총을 메기도 하고 칼을 차기도 하고서 뱃머리에 정열해선 다음 비로소 배에 오르는 것을 승인하였습니다. 그들 4명은 혹 기대어 앉기도 하고 혹은 키머리에 앉기도 한 다음 이어 우리더러 함께 앉자고 하였습니다.
그 다음 우리가 글로 써서 어느 나라 사람이며 무슨 일로 해서 여기까지 왔는가 물었더니 서면으로 대답하기를 '우리들은 서양의 세 나라 사람들입니다. 윗자리에 앉은 최란헌과 하갈록은 다같이 영국 사람이며 보래둔은 미국사람이며 파사는 덴마크 사람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거의 모두가 눈은 우묵하게 들어갔고 코 마루는 덩실하게 높았으며 눈알은 시퍼렇고 머리칼은 새 노란 사람들로서 확실히 서양 사람들이라는 것은 의심할 바 없습니다. 그런데 최란헌이라는 사람은 비단 중국말을 잘 알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말도 어지간히 알고 있어 혹은 알아듣기도 하고 혹은 알아듣지 못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제기하는 것은 전적으로 이팔행이라는 사람한테 맡겼습니다. 그러나 배안의 일에 대하서는 그가 모두 주관하였습니다.
이른바 이팔행과 조반량은 중국 사람들로서 영국 사람이 데려다가 자기 부하로 삼은 사람들이었으며 그 나머지 24명은 혹 타이 사람이거나 광동 상해현 사람들로서 길 안내를 하기 위하여 고용되기도 하고 배꾼 노릇도 하였는데 모두가 시중꾼들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들의 이름을 물으려고 하니 '우리 배안의 일과 관계되는 것으로서 당신들과는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대답하였습니다.
덴마크의 위치를 물어보니 대답하기를 '서양에 있으며 두나라와 거리는 1,500리인데 세나라 사람들은 다 같이 장사를 하고 있으며 이번 7월 1일 산동에서 출발하여 백령도, 초곳도, 석도를 거쳐 방향을 바꾸어 평양으로 가는 길입니다. 우리 배가 모양은 싸움배 같지만 실상은 상품들을 무역하려고 합니다. 당신네 나라에서 종이와 입쌀, 금 인삼 잘 등 물품으로 우리들이 가지고 온 서양천, 그릇 가지들과 바꾸면 서로 해로울 것이 별로 없을 것입니다. 물품 교환이 일찍 끝나면 곧장 평양에서부터 뱃머리를 돌리겠지만 그렇지 않게 되면 비록 서울에 올라가서라도 상품을 바꾼 다음에야 돌아가겠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때문에 묻기를 '이미 평양에 가서 물품을 교환하겠다고 하였는데 거기에 가면 우리 나라 사람으로서 그에 호응하여 물품을 교환하는 사람이 있는가'라고 하니 대답하기를 '없습니다.' 하였습니다.
그래서 또 말하기를 '먼바다에 와서 정박한다고 하더라도 혹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데 더구나 남의 나라 안바다에까지 넘어들어 온 것이야 더 말할 것이 있는가. 우리 나라에서는 본래부터 나라의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만큼 앞으로 전진해 갈 수 없다.' 라고 하였더니 대답하기를 '누가 구태여 우리를 막습니까. 우리는 곧바로 가려고 합니다. 만약 서풍이 불어오면 곧바로 떠나겠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너희들의 배에 여러 사람들이 함께 온 여부에 대하여 알고 싶다'고 하니 대답하기를 '이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들이 자세히 말해 줄 수 없으며 또한 이는 우리들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나라일과 관계되는 문제입니다.'라고 하면서 다시 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배의 모양과 규격을 보면 내부에는 회칠을 하였고 밖은 먹칠을 하였는데 그 위에 옻칠을 하듯이 기름칠을 하였으며 위에는 휜 가루가 있었습니다. 사면을 판자로 만든 집이 두간 있었는데 한 곳은 관리들이 들고 한 곳은 따라다니는 사람들이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배 면마다 창문이 있었는데 거기에는 모두 유리를 끼웠으며 두개의 돛대는 모두 소나무를 잘 다듬고 그 위에 기름칠을 하였으며 배의 위에는 백양나무 막대기에 깃발을 달아 세웠고 돛은 휜 빛깔의 올이 굵은 서양비단으로 만들었습니다.
좌우의 두켠에 각각 대포 한문씩 설치하였으며 아래다리와 나무바퀴 위에다는 철통을 놓았는데 윗부분은 좁고 밑이 넓었습니다. 세차례에 걸쳐 시범적으로 쏘았는데 그 소리는 마치 요란한 우뢰소리와 같아서 사람들을 몹시 놀라게 하였습니다.
이밖에 또한 밤에 순찰할 때에 메는 장총이 3자루 있었는데 총구멍끝머리에 한자쯤 되는 창날이 꽂혀있었습니다. 조총은 차고다니는 자그마한 것과 메고다니는 큼직한 것 등 이루다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환도는 서양사람 4명이 각각 한 자루씩 찼는데 모두 번쩍번쩍 빛이 났습니다. 방안에는 책이며 그림책, 거문고와 쇠북, 의약품 등 잡다한 물건들이 펼쳐져있었는데 한번 죽 훑어보다나니 이루다 기억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따라다니는 사람들이 거쳐하는 방을 보려고 하자 예의상 볼 필요가 없다고 하며 막아 나서면서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배 밑에는 우리 나라의 자그마한 고기배 모양의 작은 배를 달아맸는데 거기에 실은 물품들은 서양무명 등 무역할 물품들이라고 말하였으나 배안을 보여주지 않은 관계로 물품을 실은 실태와 그 수량에 대해서는 똑똑히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서로 말을 주고받고 할 때에 갑자기 '청하건대 당신네들이 관리를 파견해 보내어 우리들에게 입쌀. 소고기, 달걀, 채소, 땔나무 등 물품들을 준다면 서양천으로 그에 답례해 주겠습니다.'라고 글을 써서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므로 만약 중국 사람이나 각 나라 사람들로서 우리 나라에 표류하여 온 사람들에 대해서는 의례히 객관에 데려다 요리와 식사도 주고 하지만 서양 사람들이 불법적으로 우리 나라 안바다를 넘어들어온 것은 뜻밖의 일이며 또한 아래사람으로서는 스스로 마음대로 처리할 수 없는 문제였기 때문에 대답하기를 '이와 같은 외진 벽촌에서 갑자기 그런 물품을 마련하기는 곤란하며 또 순풍을 기다렸다가 곧장 떠나간다는 것은 더욱이 시행하기 곤란합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최란헌(토마스)은 현저하게 낯색을 달리 가지면서 말하기를 '허튼 소리를 그만두시오. 여러분들이 만약 주려는 생각만 있다면 우리 배가 바로 간다고 해도 역시 당신네 나라 땅에서 가까운 곳이며 강을 따라 가는 것도 역시 어려운 문제가 아닌데 어떻게 이곳인가 저곳인가에 구애될 수 있습니까.'라고 하면서 사실을 알아보기 위하여 쓰던 종이장을 끌어당겨다가 접어서 품속에 넣고 연속 떠나가자고 재촉하였습니다.
때문에 부득이 떠나는 배에서 곧 마련해보내겠다고 대답해주었더니 성이 풀리고 기뻐하면서 사실을 알아보기 위하여 쓰던 종이 장을 꺼내주면서 다시 '물품을 보내주면 틀림없이 답례해드리겠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답례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입쌀 1섬, 소고기 30근, 달걀 60알, 채소 20묶음, 땔나무 20단을 주도록 하였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들의 배가 떠나가지 전에 앞질러 돌아오기는 어려운 점이 있어 나루터근처에 머물러 있으면서 그들의 동정을 살펴보았습니다.
서양사람들의 이름, 연령, 거주지, 옷차림과 배의 크기, 여러 가지 기계들과 물건들에 대하여 다 적어서 문건으로 만들어 올려보냅니다.
그런데 배에 올라 사실을 알아볼 때에 많은 시간을 지체시키다나니 글로 써서 보고하는 것이 날짜를 경과하게 되어 황송한 마음 금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일시에 부쳐온 신의 감영의 우후 신영한이 올린 보고와 역관 이용숙이 보내 온 보고서 내용과 황주 목사의 보고는 한마디도 틀림없이 똑같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황주 목사 정대식이 연속하여 9일 신시에 보고서를 보내왔습니다.
그날 신시에 그들의 배가 평양으로 떠나갔습니다. 가는 뱃길에 대해서 일부러 이방아전으로 하여금 쌀과 고기 등 물품들을 배에 싣고 그들이 정박해있는 곳까지 따라가서 주도록 신칙해 보냈습니다.
비록 동정을 탐지하고 살피려는 뜻과 관련된 것이기는 하더라도 고을에서 제멋대로 하는 것은 매우 타당치 못하다고 봅니다.
대체로 해당 황주목으로 말하면 본래 해변 가에 있는 고을은 아닌데다 갑자기 보기 드문 일에 맞닥들다나니 일에 생소하여 잘못 처리한 것은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그들의 배가 이미 평안도일대로 향해갔다고 하니 필경 돌아올 때에 황주 등 고을을 거칠수 있기 때문에 연해의 각 고을들에서 감시하며 방어하는 등 일을 각별히 잘 하도록 공문을 띄워 엄격히 강조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저 사람들의 이름과 연령, 얼굴생김새, 옷차림, 거주지와 배의 크기, 여러 가지 기계들과 잡다한 물품들에 대해서는 해당 병사가 보고한 것에 따라 아래에 적어서 함께 급히 보고하는 바입니다.
'최란헌(토마스)은 나이는 26살, 키는 7자 5치, 낯색은 철색이며 머리칼은 누런 빛깔의 고수이고 수염은 검었다. 옷차림은 회색 탄자천으로 만든 모자를 썼고 검은 색과 흰 색깔로 반점이 간 두툼한 비단천으로 만든 홑적삼을 입었으며 검은 빛깔의 가죽으로 만든 목긴 신을 신었다. 허리에 혁띠를 띠였고 자그마한 서양식 총과 환도를 찼다. 문관벼슬의 4품관리로서 그는 영국사람이었다. ...(중략)...
러팔행의 나이는 30 살이었고 조반량의 나이는 28살이었는데 이 두 사람은 다같이 키는 7자였고 낯색은 철색이었으며 머리는 땋아 올렸고 수염은 없었다. 옷차림은 흰 무명으로 만든 홑적삼과 바지를 입었고 검푸른 빛깔의 3승천으로 만든 신을 신었는데 그들은 다같이 청나라 사람이였다.
24명의 인원의 이름과 나이에 대하여 물어보니 최란헌은 하인이라고 일반적으로 부르면서 자세히 알려주지 않으므로 자세히 잘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얼굴생김새와 옷차림, 머리칼을 보면 모두 청나라 사람과 같은 모양이었다.
배의 모양을 놓고 보면 길이가 18발, 넓이가 5발, 높이가 3발이었으며 돛대가 둘이 있었는데 하나는 높이가 15발이었고 하나는 높이가 13발이었으며 굵기는 3위가량 되었다. 두개의 큰 돛은 흰 색깔이였으며 돛대의 밧줄에다는 또 작은 돛 두개를 얽어매었는데 역시 흰 색깔이었다. 익힌 삼밧줄을 돛대와 돛 좌우에 각각 12줄씩 늘였다. 그 밖의 배에서 사용하는 잡다한 물건들에 대해서 죄다 물어봤으나 저것들이 글로 써서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자세히 기록할 수 없었다. 잡다한 물품들과 기계들, 매 사람들이 휴대한 물품 외에 배안에 보관되어 있는 것들이 많았으나 보여주지도 않았고 또 자세히 대답도 해주지 않았으므로 그 수량을 실로 알기 어려웠다. 큰배에 딸려있는 작은 배는 길이가 3발, 넓이는 두발이었으며 푸른 색깔로 칠하였는데 돛대와 돛은 없었다.
1866. 7. 18(음) / 8. 27(양)
평안병사 이용상이 평양서윤 신태정이 보고해 온 내용을 가지고 보고를 올렸다.
외국배 1척이 평양일대의 초리방사포구에 와서 정박하였으므로 11일 술시에 그들의 배가 정박하고 있는 곳까지 찾아가니 이미 본 평양부의 신장포구로 옮겨가서 정박하였습니다. 그때는 벌써 밤이 몹시 깊었기 때문에 12일 진시에 그곳에 달려가서 내막을 물어보니 대답하기를 서양사람으로서 자기들은 단지 통상과 무역을 하려는 것 외에 다른 일은 없다고 하였습니다. 때문에 무역하는 한가지 문제로 말하면 법적으로 엄하게 금지되어 있으며 또한 지방관으로서는 제 마음대로 승인할 수 없다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최란헌(토마스)은 말하기를 '귀국에서는 무엇 때문에 천주교인들을 쫓아냅니까. 지금 우리 예수교로 말하면 하늘의 의사를 체현하고 사람의 마음을 바르게 하여 나쁜 풍속을 교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어진 마음과 의로운 마음, 충성과 효성스러운 마음을 다 갖추고 있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두가지 교에 대해서는 모두 우리 나라의 법에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백성들은 제 마음대로 익히지 못한다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그는 또 말하기를 '프랑스의 큰배는 이미 수도에 갔는데 우리 배만은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합니까.'라고 하므로 대답하기를 '큰배가 수도에 갔다고 말하는데 대해서는 의도를 알 수 없습니다. 언제쯤 철수해갑니까?'라고 하니 머리를 내저으며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또 황주에서 얻은 식량과 반찬감으로 겨우 며칠간 살아갔다고 하면서 쌀과 고기, 달걀, 땔나무 등을 부조해줄 것을 바란다고 하기 때문에 멀리 떨어져있는 나라사람들을 너그럽게 대해야 하는 도리로써는 괄시할 수 없었으므로 쌀과 고기 등 물건들을 공급해 주었습니다.
12일 유시에 그 나라 사람 6명이 작은 푸른 빛깔의 배(보우트)를 타고 물깊이를 탐지하기 위해서 상류로 올라갔다가 밤에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13일 인시에는 배를 출발시켜 본 평양부 만경대 아래 두루섬 앞에까지 다달았는데 그냥 그곳에 정박하고있다고 합니다. 저것들의 가고오는 행동과 형편에 대해서는 계속 탐지하여 가지고 급보로 올리겠습니다.
1866. 7. 22(음) / 8. 31(양)
평안감사 박규수가 보고하였다.
평양서윤 신태정이 이 달 19일 술시에 올린 급보를 본데 의하면 큰 외국배 1척이 간사정이 있는 상류로 거슬러 올라갔으며 어제 유시에는 저것들 6명이 자그마한 푸른 색깔의 배를 타고 점점 위로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에 감영 중군이 그를 감시하기 위하여 작은 배를 타고 그 뒤를 따랐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것들이 갑자기 달려와서 중군이 타고있던 배를 끌어갔으며 중군을 그들의 배안에 억류하였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서윤이 저것들의 배옆에 가서 밤새도록 잘 타일러 주었지만 끝내 돌려보내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냘 사시에 저것들의 배가 또 출발하여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대완구포와 조총을 마구 쏘아댔으며 황강정앞에 이르러 이어 정박하였다고 합니다. 그 다음 저것들 5명이 자그마한 푸른 빛깔의 배를 타고 물의 깊이를 탐지하기 위하여 오탄 일대를 거슬러 올라갈 때에 온 성안의 백성들이 강변에 모여들어 '우리 중군을 돌려보내달라.'고 높은 소리로 외쳤습니다. 그들이 성안에 들어가서 사리를 명백히 갈라주겠다고 대답하자 모든 사람들이 분한 마음을 이길 수 없어 돌멩이들을 마구 던졌으며 장교와 나졸들이 혹 활을 쏘아대기도 하고 혹은 총을 쏘아대기도 하며 여러모로 위엄을 보이자 저것들은 도망쳐서 자기들의 큰배가 있는 데로 돌아갔으며 이어 양각도 아래 끝머리에 물러가서 정박하였습니다.
신시에 퇴직한 장교 박춘권이 위험을 무릅쓰고 배를 타고 저것들의 배에 돌입해 들어가 중군을 구원해 가지고 돌아왔는데 중군이 찼던 인장이 물에 떨어져 분실되었습니다. 그리고 중군이 잡혀갈 때에 따라간 시중꾼 유순원과 통인 박치영은 저것들이 배에서 강물 속에 던져 넣은 뒤 죽었는지 살아있는지 자세히 알 수 없습니다.
중군이 자기 직책을 몹시 태만했으며 수치를 끼친 데 대해서는 더 논할 여지도 없는만큼 우선 벼슬을 파면시키고 그의 죄상에 대해서는 법맡은 관청으로 하여금 문의하여 처리하도록 할 것입니다.
1866.7.25(음) / 9. 3(양)
의정부에서 다음과 같이 제의하였다.
평안감사 박규수가 올린 보고서를 보니 평양 방수성에 정박한 외국배가 상선 물품을 약탈하였으며 총질하는 바람에 우리 사람 7명이 피살되었고 부상자가 또한 5명이 났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감영과 평양부에 독려하고 신칙하여 그때그때의 형편에 따라 대처하게 하여 모두 섬멸하여버리도록 할 것을 제의하였습니다.
지난 때에 멀리 있는 나라 사람들을 너그럽게 대하는 의리로서 좋도록 타일러주고 식량을 넉넉히 대주어 생활을 보장하도록 하였는데도 도리어 갈수록 더욱더 제멋대로 포악한 행동을 합니다. 처음에는 중군을 잡아다가 억류하였고 나중에는 또 백성들까지 살해하였으니 어떻게 제멋대로 날치도록 내버려두겠습니까.
모든 군사문제와 관련한 것에 대해서는 감사들로 하여금 그때 그때 정황에 따라 좋을 대로 처리하게 하여 모두 소멸해버리도록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승인하였다.
1866. 7. 27(음) / 9. 5(양)
평안감사 박규수가 보고서를 올렸다.
평양부에 와서 정박한 외국배들이 더욱더 미쳐 날뛰면서 포를 쏘고 총을 쏘아대어 우리 사람들을 살해하였습니다. 그들을 제압하고 이기는 방책으로서는 화공전술보다 더 좋은 것이 없으므로 일제히 불을 지펴놓아 그 불길이 저놈들의 배에 번져가게 하였습니다. 그러자 저쪽 사람들인 최란헌과 조릉봉이 뱃머리에 뛰어나와 비로소 목숨을 살려달라고 청하므로 즉시 붙잡아 묶어서 강안으로 데려왔습니다.
이것을 본 군사들과 백성들은 울분을 참지 못해 일제히 모여들어 그를 때려 죽였으며 그 나머지 사람들도 남김없이 죽여버렸습니다. 그제야 벅적 들끓으며 소란하던 성안은 비로소 안정되었습니다.
겸 중군인 철산부사 백락연과 평앙서윤 신태정은 직접 총포탄이 쏟아지고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힘과 마음을 다 바쳐 싸움으로써 결국 적들을 소멸하게 되었으니 모두 그의 공로라고 할만합니다. 표창하는 특전을 베풀어주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처음에는 외국배가 경내에 이미 방어를 잘 하지 못하여 심지어 부장까지 붙잡혀가 억류당하는 수치를 당하게 한데다 끝에 가서는 사람들을 죽이고야 그만두게 하였으니 이는 전하가 멀리 있는 나라의 사람들을 너그럽게 대하며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덕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신(臣)은 황송하기 그지없어 처분을 기다릴 뿐입니다.
참고 : 박규수(朴珪壽) 1807 (순조 7) - 1877(고종 14).
조선 말기의 문신. 개화사상가. 본관은 반남(반남). 초명은 규학(규학), 초자(초자)는 환경(환경). 자는 환경(환경) 또는 정경(정경), 초호(초호)는 환재(환제). 호는 환재(환제) 또는 환재거사(환재거사). 서울 계동출신. 북학파 거두 지원(지원) 의 손자이고, 현령 종채(종채)의 장남이며. 어머니는 유영(유영)의 딸이다. 가세가 빈한하여 어려서는 주로 아버지에게서 수학하였고, 소년시절에는 진외족(진외족)인 이정리(이정리), 외족인 유지산(유지산) 등에게서 훈도받았다. 그러나 15세경에 이미 조종영(조종영) 등과 망년지교(망년지교)할 만큼 학문적으로 성장하였고, 20세 무렵 효명 세자(효명세자)와 교유할 때에는 이미 문명(문명)이 자심할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세자의 급서(급서)와 어머니. 아버지의 연이은 사별로 인한 상심 때문에 근 20년간 칩거(칩거)하며 학문에만 전념하였는데, 자와 호의 `환(환),이라는 글자를 `환(환)'자로 바꾼 동기도 세자의 죽음에 말미암은 것이었다. 그 동안 이미 할아버지인 박지원의 <<연암집>>을 통하여 실학적 학풍에 눈을 떴고, 윤종의(윤종의) . 남병철(남병철) .김영작(김영작) 등 당대 일류학자와의 학문적 교유를 통하여 실학적 학문경향을 한층 심화시켰다. 그 뒤 1848년(헌종 14)에 증광시에 병과로 급제하여 사간원 정언으로서 처음 관직에 나아갔다. 그해 병조정랑으로 옮겼다가 그해 다시 용강현령에 부임하였다. 1850년(철종 1) 부안현감. 이듬해에는 사헌부장령에 제수되었다. 1854년에 동부승지가 되고, 그해 경상좌도 암행어사로서 민정을 시찰하였다. 1858년에 다시 곡산부사로서 외직에 보임되었다. 1861년에는 약 6개월간에 걸쳐 연행사절(연행사절)의 부사(부사)로서 중국에 다녀왔다. 1856년의 애로호사건 (Arrow호사건)에 관련, 영. 불 양군이 북경(북경).톈진(천진)을 점령하자 당시 청 나라의 함풍제(함풍제)가 러허(열하)에 피난하였는데. 그 문안사절로 갔을 때 국제정세의 돌아감을 목격할 수 있었고. 심병성(심병성) 등 80여명의 중국문인들과의 교유를 통하여 보다 견문을 넓힐 수 있었다. 귀국하자 곧 성균관대사성이 되었고, 1862년 2월에는 진주민란의 사태수습을 위한 안핵사(안핵사)에 임명되어 민란의 진상을 조사, 보고하였다. 이는 국내현실을 똑바로 직시할 기회가 되었다. 안핵사로서 맡은 임무를 수행하고 그해 10월 이조참의에 서용되었다. 1864년(고종 1) 고종이 즉위하자 특별 가자(가자)되어 도승지에 임명되었는데. 이는 새로 즉위한 고종으로 하여금 익종(익종)의 뒤를 승계하게 한 조대비(조대비: 익종의 비)가 지난날 익종과 절친하였던 그를 우대한 때문이다. 이어 사헌부 대사헌 홍문관제학 .이조참판을 차례로 역임하고. 1865년에 한성부 판윤에 제수되었다.
그리고 곧 이어 지경연사(지경연사) 겸 공조판서에 전임되었는데, 이 무렵 흥선대원군이 왕실의 위엄을 높이기 위하여 경복궁 중건에 착수하자 그 영건도감(영건도감)의 제조(제조)를 겸하였다. 그 뒤 예조판서. 대사간을 거쳐 그해 8월에 지돈녕부사(지돈녕부사)에 제수되고, 1866년 2월에는 평안도 관찰사로 전임되있는데 그해 7월에 미국의 무장상선 제너럴셔먼호사건 (General Sherman 호사건)이 발생하였다. 그리고 10월에는 천주교도에 대한 대대작인 박해가 있었는데, 천주교도 박해에 대하여 민중이 천주교를 좇는 것은 결국 위정당국이 이들을 교화시키지 못하였기 때문이므로 처벌보다 선도하여야 한다고 주장. 그의 관내에서는 단 한 명의 희생자도 내지 않게 한 일 등의 선정으로 1869년 4월까지 만 3년 2개월 동안 평안도 관찰사직에 임명되었다. 1863년 4월에 한성판윤에 임명되었고, 이어 형조판서에 제수되었다. 그 뒤 대제학에 재임중 1872년에는 진하사(진하사)의 정사(정사)로서 서장관 강문형(강문형), 수역(수역) 오경석(오경석)을 대동. 두번째 중국에 다녀왔다. 이 제2차 중국사행을 통하여 그는 서양의 충격에 대응하는 청국의 양무문동(양무운동)을 목격. 개국(개국) .개화(개화)에의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귀국 후 1873년 5월에 다시 형조판서에 임명되고, 그해 12월 우의정에 승진되었다. 이 무렵 흥선대원군에게 개국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역설하였으나 뜻대로 실현되지 못하자 1874년 9월에 사직하고 1875년초에 판중추부사(판중추부사)가 되어 국정의 제일선에서 물러나 한거생활에 들어갔다. 이 시기에 그의 사랑방에 출입하는 젊은 양반자제들에게 <<연암집>>을 강의하기도 하고 중국에 왕래한 사신이나 역관들이 전하는 새로운 사상을 말하기도 하여 개화운동의 선구적 인물들이 그 속에서 나타나게 되었다. 그러나 그 뒤로도 계속 문호개방을 위하여 진행하던 중, 1875년 9월 일본이 운양호사건을 일으켜 수교를 강요해오자 오경석 등과 항께 정부당로자들을 설득. 1876년 2월 드디어 강화도조약을 체결하게 하였다. 그해 l월 고희(고희)를 넘겨 기사(기사)에 든 뒤 한직(한직)인 수원 유수(수원유수)로 있다가 죽었다. 서울특별시 노원구 하계동 산 20의 3번지에 묘소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