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의 율법과 복음에 대한 서평
2003-10-23 14:28:08 read : 28011
바울의 율법과 복음에 대한 서평
바울서신 가운데 로마서와 갈라디아서는 나에게 있어서 어렵고 딱딱하였다. 이해도 잘 안되었고 어떠한 관점을 가지고 다가가야 할지 막연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성경을 공부하는 데 있어서 뒤로 미루기 일쑤였다.
특히 율법과 복음의 관계에 있어서 바른 사고를 갖고 있지 못하였기에 로마서, 갈라디아서는 설교나 성경공부에서 거의 외면하다시피 하였다. 그러나 수업이 진행되면서 그리고 이 책을 읽음으로써 바울의 율법관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고 나아가 바울의 복음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갈라디아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나에게 새로운 시야를 갖게 하였다. 이 책은 중심 구절마다 다양한 견해와 주장을 소개하고 있음과 동시에 저자에 견해를 밝히고 있어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각 장마다 결론과 요약을 하고 있어 독자에게 각 장마다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도록 배려해 주고 있다.
이 책은 바울의 율법관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율법이 처음으로 취급되었던 갈라디아서를 중심으로 심층적으로 파헤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딱딱하고 무미건조하기보다는 독자로 하여금 은혜에 젖도록 만든다. 마지막으로 한 편의 은혜로운 설교를 듣는 느낌이었다.
제1장에서는 갈라디아서의 표면구조를 콜론(colon)구조에 기초를 둔 강화분석법을 주요도구로 삼아 분석하고 있다. 콜론 다발을 단위로 하는 각 페리코프의 구조를 분석하고, 그 다음 단계로 각 페리코프(pericope)들을 묶어 갈라디아서 전체의 구조를 제시하여 주고 있다. 그리고 고대 서간문 형식과 수사학적 구조를 참고하고 있다.
갈라디아서가 편지 서두, 명제, 이야기, 논쟁, 권고, 편지 맺음이라는 거시 구조를 제시하여 미래에 어떤 행동을 취하도록 청중을 설득하는 토의적인 웅변술의 범주에 속함을 보여 주고 있다.
16개의 페리코프로 묶고, 각각의 페리코프를 다양한 문학적 기법과 고대 수사학을 기초로 한 자세한 설명은 바울이 어떻게 자신의 논의에 있어 통일성을 강화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제2장에서는 구조분석에 의하여 드러난 주축적 진술들을 탐색하여 갈라디아서에 나타난 바울의 신학적 관점을 파악하고 있다. 바울은 갈라디아서에서 선동자들의 거짓 복음과 그리스도의 복음 사이에 가로 놓인 여러 개의 대립 관계를 특정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를 통해 바울이 그리스도의 복음의 핵심인 십자가의 구원론적인 의미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먼저 갈 1:4을 통해 그리스도의 죽음을 종말론적인 구원사건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갈 3:13-14, 3:25, 4:4-5의 진술에서는 3:13의 "우리"를 유대인들만을 가리키는 배타적인 의미로 이해되어야 함을 강조하면서 율법의 저주의 뜻과 율법의 저주로부터의 그리스도의 구속에 대해 논의해 가고 있다. 그리고 율법과 언약 사이를 일종의 직설법과 명령법의 특유한 관계로 논의하고 있다.
율법은 이스라엘이 하나님과 맺은 언약관계의 사전 조건이 아니고 정반대로 그 관계의 결과라는 것이다. 따라서 율법에 대한 순종은 이스라엘의 언약 의무인 것이 분명하고 그것은 이스라엘이 언약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하나님께서 미리 예비하신 모든 복을 누릴 수 있게 해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율법의 위반은 율법의 저주를 초래한다. 왜냐하면 이는 그들이 하나님께 충성하지 않는다는 것과 그분과 관계를 맺은 자로서 합당치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사실 율법이 온 것은 죄 아래 있는 인간의 우주적인 곤경을 밝게 보여 주려는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이스라엘을 율법의 저주에서 구속하셨다는 것과, 율법아래 노예 상태는 죄와 세상의 초보적인 영들 아래 속박된 우주적인 노예 상태를 대표하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는 바울이 그리스도의 사건을 율법을 어긴 것 때문에 언약의 저주 아래 놓인 유대인들을 구속하는 종말론적인 사건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스도께서 그들을 위하여 저주가 되심으로써 그들을 구속하셨다. 이 유대인의 구속은 동시에 그리고 동등한 조건으로 이방인들의 구속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유대인들은 모든 민족의 대표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리스도께서는 자기를 낮추신 성육신과 고난 속에서, 율법의 저주 아래 있는 유대인들뿐만 아니라 죄와 마귀의 세력 아래 있는 이방인들과도 자신을 완전히 동일시하심으로써 하나님과 모든 인류 사이에 새로운 언약이 수립되었다. 이는 시내 언약 아래서 존재했던 유대인들과 이방인들 사이의 옛 구분이 "그리스도 안에서"무너졌음을 뜻한다
. 그래서 갈5:1a, 13a에서 성령으로 살아야 함과, 갈 6:14에서 믿는 자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못박히심에 동참하여, 이 세상에서 해방되어 주의 나라로 옮겨졌음을 말하고 있음을 본다. 이처럼 주축을 이루는 진술들은 결국 갈라디아서에서 바울의 전체적인 논증이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종말론적인 구속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바울의 이해는 갈1:11-12, 15-18에서 바울이 다메섹 도상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를 받은 사건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제3장 대적자들의 주장과 정체를 읽으면서 바울이 얼마나 심각한 위기를 느끼고 갈라디아서를 썼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갈라디아의 대적자들에 관한 현대적 이론들을 접하면서 성경에 대한 바른 이해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연구와 노력이 있어야 함을 볼 수 있었다. 아무튼 갈라디아서의 구조에 함축된 의미들을 살펴보면서 갈라디아서 저변에 흐르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갈라디아에서 활동했던 바울의 대적자들은 예루살렘 교회의 우익 진영과 관련된 유대 그리스도인들이었고 이들에게는 아브라함이 받은 구원의 약속들에 참여하기 위해서 아브라함의 진정한 아들들이 되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했다. 하나님의 약속은 아브라함에게만 아니라, 그의 후손들에게 주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라-이삭-시내 언약-예루살렘의 계열에 속해 있는 사람들만이 아브라함의 참된 자손이라고 주장하였고, 따라서 이방인들은 유대인처럼 할례를 받고 율법에 순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토라와 그리스도의 구원사적 결합"을 주장하여 옛 언약 시대와의 연속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러한 대적자들의 설득은 성공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바울의 반응이 갈라디아서임을 보면서 그때 당시 긴박하게 돌아갔던 상황을 그려볼 수 있었다. 동시에 바울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제4장 바울의 이해에서는 바울이 를 시내산에서 이스라엘에게 주어진 의무들의 총체인 모세율법을 가리키는 데 사용하고 있으며, 또한 율법은 예속시키는 세력이며 사랑의 표현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제5장 시내 언약의 의무로서의 율법에서는 바울이 볼 때 구속사의 초두부터 하나님께서는 율법이 아닌 믿음을 의롭다 함을 받는 유일한 수단으로 의도하신 것이 분명하며, 따라서 율법은 결코 하나님의 백성안에 들어가기 위한 입회 요건이 아니다라는 점이다. 율법은 하나님과 그의 백성과의 언약으로, 하나님께서 은혜로 주도하신 언약의 의무인 것이다. 설사 율법이 완벽하게 지켜진다 할지라도 율법은 우리를 결코 구원으로 인도할 수 없다. 율법에의 순종은 그 안에 있는 축복이 지속되게 해 줄 뿐이다. 그러나 율법 위반은 저주를 불러 일으키고, 그 범죄자를 언약에서 추방시킨다.
그러나 시내언약의 의무로서의 이러한 율법의 기능은 십자가 위에서 종식되었다. 예수님께서 그의 전례없는 구원의 행위로 새언약을 수립하셨다. 이러한 바울의 이해는 율법주의와 공로와 관련된 어떠한 사상도 허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율법은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백성임을 확인해주고 그들을 이방 민족들로부터 구별해 주는 사회적 기능을 자연스럽게 소유하게 되었지만 이것 역시 그리스도 안에서 종식되었고 유대인이나 이방인이나 하나님의 백성 안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제6장 예속시키는 세력으로서의 율법에서는 율법과 죄의 관계, 율법의 속박에 대하여 자세히 공부할 수 있었고 나아가 예수님의 오심으로 율법의 속박으로부터의 해방이 이루어졌음을 배우면서 하나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바울에게 있어서 율법은 범법을 생산하기 위하여 약속에 첨가되어 주어졌고, 그 결과 율법은 모든 범죄자들을 그 저주 아래 가두었다. 바울은 이 율법 아래의 감금 상태를 죄 아래, 귀신의 세력 아래, 육체 아래의 노예 상태로 연결시키고 있다. 이는 인간의 우주적인 절망 상태를 나타낸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구속에 대한 전주곡에 해당할 뿐이다. 율법은 그리스도의 죽음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것이다. 율법의 저주 때문에 그리스도께서는 인간의 모습으로 이 세상에 내려와서 자기 백성을 위하여 십자가 위에서 죽으셨다. 따라서 믿음으로 그리스도의 죽음에 참여한 자들은 율법의 저주와 그것의 포악한 지배로부터 해방되었다.
제7장 사랑의 표현으로서의 율법에서 갈라디아서의 지배적인 대립은 율법의 행위와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 사이 그리고 율법의 노예상태와 그리스도 안에서 아들됨 사이의 대립이지 율법 자체와 그리스도 자신의 대립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율법이 비록 그리스도의 구속의 결과로서 시내 언약의 의무와 예속시키는 능력으로서의 두 기능을 상실했지만 바울에게 있어서 율법은 여전히 하나님의 뜻의 표현으로서의 역할을 계속하고 있음을 보면서 그리스도의 구속을 받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훨씬 더 깊은 헌신, 즉 성령의 절대 주권적인 다스림에 전 삶을 완전히 복종시켜야 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은 십자가 위에서 계시된 하나님의 은혜에 반응하여 이웃을 사랑하도록 강권을 받고 또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됨으로 율법의 참된 정신은 사랑을 통하여 실현된다는 점이 내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컸다. 율법의 부정적인 기능만 생각했던 나에게 율법의 전의도가 하나님의 사랑임이 나의 신앙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지켜야 하는 율법에서 사랑의 표현으로서의 율법이라는 사고의 전환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의 결론부분에서 말하고 있는 다음의 내용이 나에게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율법의 완성이란 율법의 모든 조항들을 낱낱이 다 행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사랑 안에서 율법의 참된 목적과 정신이 만족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율법의 완성이 삶 속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자에게는 율법의 종말론적인 정죄 선언이 있게 된다. 그런 자는 영생에 이를 수 없고, 완성될 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받을 수 없다. 율법의 완성이란 인간의 노력의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성령의 주권적인 다스림에 순복한 삶의 결과이다. 이 성령의 삶은 사랑의 열매를 산출한다. 이것은 사랑 안에서의 율법 완성이 믿음의 결과임을 의미한다. 믿는 자의 사랑 안에서 율법은 그 참된 의도의 실현을 보게 되며 바울에게 있어서 율법은 본질적으로 사랑의 표현인 것이다. 이 글을 통해 율법과 사랑 그리고 믿음의 관계를 정리할 수 있었고 이 책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바울의 율법과 복음이라는 제목이 처음엔 낯설었지만 이 책을 정독하면서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더욱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교수님의 강의를 듣는 데 있어서 많은 이해와 도움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