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현대자동차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동차를
47개월 굴린 뒤 새차를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의 조사결과로서, 구제금융 이전보다 6개월 정도 길어진
것이다.
47개월이면 평균 주행거리가 대략 7만~8만km 가량 된다. 이때쯤
되면 엔진이나 미션의 보증수리 기간도 끝나고, 여러가지 부품과
소모품도 교환할 시기가 된다. 할부구입기간도 대체로 끝난다.
이때 자동차 관리를 잘해서 오랫동안 굴려보려고 하기보다는 아예
새차를 사버린다는 얘기다.
그러나 자동차10년타기 시민운동연합(대표 임기상) 조사에 따르
면, 4년마다 차를 바꿀 경우 3000cc급 대형차는 10년 동안 1억84
0만원 가량 들어간다. 2000cc급 중형차는 6790만원, 1500cc급 소
형차는 4920만원 소요된다. 감가상각비 연료비 보험료 등 여러
비용을 다 합쳐서 계산된 것이다. 이에 비해 10년 동안 같은차를
탈 경우 대형차 8천만원, 중형차 5070만원, 소형차 3740만원 정
도 소요된다. 4년마다 차를 바꾸면 10년 동안 차를 바꾸지 않을
때보다 대형차 2800만원, 중형차 1710만원, 소형차 1180만원이 더
든다는 게산이다. 다시 말해 4년마다 차를 바꾸지 않고 차 1대를
10년 동안 잘 굴리기만 하면 차 1대값이 남는다는 얘기다.
차를 4년마다 바꿈으로 인해 낭비되는 비용은 한해 9조원 가량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선진국에서도 차를 충분히 굴린 뒤 바꾸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일본은 자동차 보유기간이 평균 9년5개월에 이른다. 미국도 7년
10개월이나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차교체주기 뿐만 아니라 폐차도 빠르다. 소비자
보호원 조사결과로는 폐차까지의 평균차령이 8.1년 밖에 안된다.
그때까지 달린 거리는 12만7천km에 불과하다. 미국 16.2년(28만
4천km), 프랑스 15년(20만km)에 비해 참으로 헤프다. 10년 이상
달린 승용차도 우리나라는 50대당 1대 꼴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선진국은 10대당 1대가 10년 이상 된 차다. 특히 프랑스는 3분의
1이나 된다.
잦은 교체의 폐해는 우리나라가 뼈아프게 겪었다. 자동차 수요가
실제 수요 이상 부풀려지고, 이에 따라 자동차생산업체들의 생산
규모도 무리하게 확대됐다. 삼성자동차가 무리하게 뛰어들었다 상
처만 남기고 퇴출된 것도 결국 이런 배경에서 빚어진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동차를 마치 패션처
럼 여기는데다 과시욕까지 겹쳐 너무 자주 바꾸는 경향이 있다”
면서 “자동차 산업의 건실한 발전을 위해서는 지나치게 잦은 교
체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자동차 장기보유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세제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프랑스 등 오래된 자동차에 대해서는
감가상각을 감안해 세금을 낮춰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중
고차나 새차나 똑같은 세금을 내야 한다. 자동차10년타기 시민운
동연합의 임기상 대표는 “우리나라는 자동차를 10년 보유하면 자
동차가값보다 세금이 더 비싸다”며 “차령에 따라 세금을 깎아주
는 차등부과제가 조속히 도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